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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 '이의신청 소용없었다'

스타틴 '이의신청 소용없었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8.09.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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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일부 수용…결정적일 땐 '정책적 판단' 밀어붙여
평가 재시행 여부도 불투명…10월 최종보고서 확정 계획

'저항은 거셌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기등재약 목록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고지혈증치료제(스타틴) 재평가 결과가 처음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쪽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해당 약에 대한 20~30%대의 가격인하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9일 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토론회'에서 "제약회사들이 주장한 이의신청 내용을 검토했지만, 평가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지난 5월 심평원이 발표한 1차 보고서에 대해 20곳의 제약회사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

이날 토론회에서도 제약회사들은 메타분석 및 비용경제성 연구 방법론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심평원은 결정적인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책적인 판단'을 들며 물러서지 않았다.

가격인하 근거는 LDL-C 였다

그럼에도 토론회를 통해 제약회사가 거둔 성과를 꼽으라면 심평원의 평가 결과에 문제가 없지는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특히 제약회사들은 스타틴 약제 간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의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메타분석 결과에도 불구, 비용효과성 연구를 통해 모든 스타틴의 가격을 가장 싼 약에 맞춰 깎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는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대신 'LDL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통해 가격 인하가 결정됐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임숙 KRPIA 상무는 "LDL콜레스테롤이 가격인하율을 결정한 셈인데, 심평원이 그대로 차용한 DERP 연구는 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라며 신뢰성을 문제삼고 "더욱이 심평원 보고서에는 이렇게 결정적인 부분이 극히 적은 비중으로 다뤄졌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노바티스 관계자도 "앞으로 있을 본평가에서도 약제 간 비교에서 대리변수(surrogate marker)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과연 대리변수를 평가 지표로 삼는 것이 타당하냐"고 질문했다.

이에대해 심평원은 "LDL콜레스테롤은 이미 학계에서 결정적인 지표로 인식돼 왔고, 그동안의 약제 간 비교 연구 결과들이 일관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심평원의 무기는 '정책'적 판단?

외국인 교수를 내세우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친 제약업계는 이번 토론회에서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일부는 심평원을 곤혹스럽게 할 만한 것들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책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음을 고려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동범 심평원 상임이사는 토론회에 앞서 "최종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은 '정책적인 판단'이 포함된 상태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못을 박기도 했다.

여기서 '정책적인 판단'이란 '약제 간 차이'를 입증하지 못한 메타분석의 결과를 해석하거나 비용최소성 분석을 도입해 약가를 같은 가격대로 맞춰 인하하는 데 있어 정부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따라 심평원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연구에 사용된 자료를 일부 수정하거나 재분석을 실시했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날 토론회에서도 "처음부터 다시 연구를 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욱이 심평원이 현재의 평가 결과를 번복하고 처음부터 다시 연구를 진행하거나, 시행시기를 연기할 지에 대한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정부로서는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업계에 '기회'를 줬고, 환자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몇몇 보건경제학자들이 재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결과 집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지금 계획으로는 10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유미영 심평원 약제재평가부장의 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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